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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 부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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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충만하게 살아가려면 지속적인 동기 부여가 필요합니다. 인생의 어느 것에도 미칠 정도의 흥미는 없지만 아무것도 안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것 역시 괴롭습니다. 이 세상에 해볼 수 있는 것들, 해야 할 것들은 무척 많은데 저는 더할 나위 없이 게으르고 귀찮습니다. 이왕 저에게 하나의 생명이 주어졌는데 이를 크게 불태워보지도 않고 시간에 맡겨 자연히 사그라들다 꺼지게 만들기는 또 조금 아깝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동기 부여를 하는 방식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10대와 20대 동안 가장 큰 동기 부여는 죽음이었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간암으로 초등학교 친구가 죽는 내용의 '친구여 안녕'이라는 충격적인 소설을 읽은 후 가족이 죽었을 때 난 어떻게 해야하며, 내가 만약 곧 죽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흔히 말하는 얘기들로, 곧 죽을 걸 안다면 가진 것을 모두 써가며 즐겁게 살다가 죽어야지라고들 합니다. 많은 고민들을 해왔지만 결국 마음에 남은 한가지는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오늘도 열심히 살다가 죽는 게 제일 행복할 것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죽을 것을 알게 되었다고, 오늘 하던 일들을 모두 그만두고 다른 패턴으로 남은 삶들을 살게 된다면, 이는 곧 내가 살아온 하루하루가 전혀 행복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이는 내가 걸어온 인생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 인생의 큰 관문을 지날 때마다, 군대를 간다던지, 유학을 간다던지 할 때마다 더욱더 어제 편의점에 껌을 사러가는 것과 다를 바 없이 아무런 배웅을 바라지 않은 채 혼자 현관문을 나서곤 했습니다.

 

다행히 저는 오늘도 눈을 떴지만 자고 일어났을 때 다시 눈을 뜨지 못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하며, 학교를 다녀오는 일상 속에 불행히도 사고가 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오늘 저에게 주어진 하루가 굉장히 소중함을 느끼고, 굉장히 루틴하게 보일 수 있는 오늘 하루도 행복한 것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박사를 오기 전까지 박사 지원을 한번 더 하게 되는 실패도 있었지만, 이때의 실패가 제 인생에 있어서 제 기준에서는 첫번째 실패이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재수해서 오게 된 것이 훨씬 좋은 결과들로 이어졌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인생의 위기감을 느낀 적은 다행히 여태껏 없었습니다. 하지만 박사 과정을 거치면서, 통과를 해야만 하는 두 개의 큰 관문이 있었고, 이 때문에 매년 여름은 극심한 스트레스와 위기감으로 하루하루를 보내왔습니다.

 

나이를 더 먹고나니 이전처럼 밤새면서 해나갈 자신과 체력은 없어졌지만, 단조로운 생활패턴에 대한 인정이 커졌고 어찌 됐든 열심히 주어진 과제들을 수행해나가는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은 커졌습니다. 또한 삶은 원래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지금 나에게 주어진 고통이 내 삶의 평형상태라는 생각에 마음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 하루 하루를 지내면 시간은 어찌 됐든 흘러갈 것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은 마쳐질 테고 그에 상응하는 지식은 확보되었을 것이고 어떤 결과든 손에 쥐어질 것이며 그것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라는 생각이었습니다. 

 

 

인생의 방향성도 중요하지만 아직까지는 무엇이든 성실하게 해나가면 그것이 다 나의 자산이 될 수 있는 시기임에 감사해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죽음 속에서, 고통의 균형추를 마이너스 쪽으로 조금 움직임으로써 오늘 하루에 대한 행복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조금 더 성실하게 살 것이라는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키우면 오늘 이 괴로운 하루도 결국 지나갈 것이며 그러면 이 고통도 지나갈 것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별거 없는 것 같은 간단한 피아노 소리라도 하루를 흘려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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