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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결말 vs. 닫힌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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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쯤 처음으로 네이버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는 웹툰은 뭔가 단편이고 단순할 거 같다는 막연한 고정관념 때문에 보지 않았는데, 막상 펼쳐보니 단편이어도 내용에 깊이가 있는 작품들도 많고, 정말 만화책이나 장편 소설같이 대서사시가 펼쳐져 있는 경우도 많았다. 여전히 그렇게 많은 작품들을 보고 있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 긴 작품의 이전 얘기가 기억이 안 나 다시 정주행 할 때면 한 때 미드를 밤새 몰아보던 급으로 보게 되어서 본업을 위한 시간이 많이 깎여나가기 일쑤이다.

 

그래도 이제 몇 작품들은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때 함께 시작해서 이제 끝나가는 작품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개인적인 취향은 어찌 됐든 상상의 산물인 이상 해피엔딩을 좋아한다. 그 내용의 과정들이 힘들고 고난스러워도 어찌 됐든 등장인물들이 행복하게 마무리되면 나도 행복하게 작품을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새는 독자들에게 좀 더 자유로운 상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다는 이유로 마무리를 모호하게 끝내는 작품들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본 것들에 한해서는). 그럴 때면 오케이, 내용과 그것에 담긴 의미들은 충분히 이해가 되고 느껴지지만 작품에 대한 내 감정선도 모호하게 마무리되는 것 같다. 사실 그 중간에 담긴 의미들이 온전히 이해되면 그 웹툰 자체의 의미는 어떻게 마무리되어도 상관이 없고 혹은 어떻게 마무리되는 것이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은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그래도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 상은 작가만의 상상력과 구성력으로 시작한 작품이기에 작가만의 결론을 확실히 얘기해주는 게 더 좋은 것 같다고 생각한다. 점점 독자들과의 소통이라는 명목 하에 중간에 스토리가 많이 흔들리는 작품들을 봐서 그런지 열린 결말 또한 특정 결말에 대한 비난이 두려워서 이를 피하는 것 같다는 느낌도 없지 않아 있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내일 당장 죽을 수 있다는 상상에서 삶에 대한 동기 부여를 하곤 했던 내가 점차 그 죽음을 크게 두려워하지 않게 되어 더 이상 동기 부여로써 작용하지 않게 되었던 순간 '이제 곧 죽습니다'라는 웹툰을 보기 시작했다. 현재의 삶의 고통스러워 자살한 주인공이 그 죽음을 12번이나 더 겪게 만들면서 죽음의 고통과 그로 인한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느끼게 되면서 타인의 삶이 아닌 나 자산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주인공에게 깨닫게 만들어주는 과정을 그린다. 지금 나의 현 상태에서는 여전히 이러한 작품이 나에게 삶에 활력과 동기부여로 전환되지는 않지만 최근 보던 작품들 중 그래도 확실하게 끝마무리를 그려주어서 무척 기쁜 마음에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되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게 온전히 즐겁지는 않기 때문인지 사실 둘 다 이겠지만, 작은 하나라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은 그것이 삶의 큰 의미가 있든 의미가 없든 내 삶의 일부를 낭비하지 않고 불어넣는데 의의가 있기 때문에 이런 소소한 생각과 감정이라도 어설프게나마 글로 남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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