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면 여러 계획들을 다시 세우고 마음가짐도 다시 다잡곤 하지만
거울을 보면 조금씩 푸석해지는 피부와 늘어가는 새치들에 한숨이 내쉬어지곤 합니다.
흰머리가 생기는 여러 원인과 기전들이 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 스트레스가 흰머리 생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련 연구를 통해 알아보려고 합니다.
모발의 구조와 모발 주기
우선 모발 구조에 대한 간단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머리카락이 밖으로 나와 있는 부분을 모간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의 모근이 피부 밑으로 파고 들어가고 표피층도 함께 말려 들어가서 모근을 감싸고 있게 됩니다.
모근 맨 밑 부분을 모구(Hair Bulb)라고 하며 모구의 아랫부분은 모세혈관 다발과 접촉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모유두라고 부르며 모근은 모세혈관으로부터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받고 이를 통해 머리카락이 성장하게 됩니다.
그림상 모근 오른쪽 중간에 불룩 튀어나온 부분은 벌지 구역으로써 줄기세포들이 모여 있는 중요한 곳입니다. 여기에 머리를 검게 만들어주는 멜라닌 세포의 줄기세포도 있습니다. 이 줄기세포가 스스로를 복제하여 일부분은 아래로 내려가 멜라닌 세포로 분화함으로써 검은 머리가 반복적으로 자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당 과정에 어떠한 문제가 생기거나 방해를 받으면 머리가 하얘지는 기전 중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모발의 수명은 약 2년에서 6년 정도입니다. 모발의 성장 주기는 크게 성장기, 퇴행기, 휴지기로 이루어지며, 성장기는 모발이 자라는 시기로써 모발 수명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퇴행기는 약 2~4주 정도로 모발 성장이 완전히 멈추게 됩니다. 휴지기에는 모유두에서 모구와 접촉하고 있던 모세혈관 덩어리가 분리되고 혈액 공급이 차단됩니다. 그래서 모발이 점차 위로 올라오다가 뽑히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흰머리 생성에 미치는 영향
Zhang, B., Ma, S., Rachmin, I., He, M., Baral, P., Choi, S., ... & Hsu, Y. C. (2020). Hyperactivation of sympathetic nerves drives depletion of melanocyte stem cells. Nature, 577(7792), 676-681.
위 논문은 생물이 극심한 고통을 느낄 때 분비되는 노르아드레날린 (noradrenaline, 또는 노르에피네프린 (norepinephrine)이라고 불림) 이 흰머리를 생기게 한다는 기전을 밝혔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우선 실험실 쥐에게 크게 3가지 종류의 고통을 주었습니다. 첫 번째는 못 움직이게 구속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큰소리 등의 예측 불가능한 자극을 주는 것이고, 세 번째는 육체적인 통증인 통각 수용 통증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이 중에서 통각 수용 통증을 주었을 때 가장 많은 흰머리가 생성되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해당 통증은 레시니페라톡신(Resiniferatoxin, RTX)이라는 물질을 주사로 주입하여 유발하였고, 고춧가루의 매운맛을 내는 캡사이신의 기능 유사체로써 순수 캡사이신보다 500~1000배 더 맵다고 합니다.
RTX 주입 후 극심한 통증을 느끼게 되면 콩팥 위에 있는 내분비샘인 부신에서 노르아드레날린과 코르티코스테론(Corticostenrone)이 대량 분비됩니다. 실질적으로 이 호르몬들이 흰머리를 유발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쪽에는 RTX와 생리식염수를 함께 주입하고, 다른 쪽에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도록 RTX와 마약성진통제를 함께 주입하였습니다. 그 결과 마약성진통제를 함께 주어 통증을 느끼지 못하게 되어 해당 호르몬들이 분비되지 않으면 흰 털이 생기지 않음을 확인하였습니다.
그 다음으로 두 가지 호르몬 중에 어떤 호르몬이 흰머리를 유발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멜라닌 줄기세포에서 코르티코스테론 수용체를 없앤 후 RTX 주사를 주입하였는데 여전히 흰머리가 생겼습니다. 즉 노르아드레날린이 흰머리를 생성시키는 원인임을 확인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노르아드레날린은 부신수질에서 나올 수도 있지만 교감신경 말단에서 나올 수도 있습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쥐에서 부신을 제거한 후 RTX 주사를 주입하였더니 여전히 흰머리가 생겼습니다. 즉 부산수질이 아닌 교감신경에서 나오는 노르아드레날린이 해당 기전을 작동시키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생성시키는 기전
해당 논문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RTX 주사를 주고 나면 첫 번째 모발 성장기 5일 만에 벌지 구역에 있는 멜라닌 줄기세포가 소멸되었다고 합니다. 정상 상태에서는 줄기세포가 자신을 복제하고 일부만 밑으로 내려가서 멜라닌 세포로 분화하지만, 통증으로 노르아드레날린이 분비되는 경우 줄기세포가 전부 밑으로 내려가서 분화를 하게 됩니다.
그래서 첫번째 성장기에는 남아있던 멜라닌 세포가 첫번째 퇴행기와 휴지기를 지난 후 두 번째 성장기에서는 완전히 사라지게 되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멜라닌 세포는 체세포이기 때문에 약 50번 정도 분열하고 나면 세포자살을 통해 소멸되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줄기세포의 복제 및 분화를 통해 멜라닌 세포가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검은 머리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첫 번째 주기에서 통증으로 인해 줄기세포가 복제 없이 전부 밑으로 이동하여 멜라닌 세포로 분화하고 소멸하기 때문에 두 번째 성장기부터는 흰머리가 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오늘은 스트레스가 흰머리를 어떻게 발생시키는지 그 기전에 대하여 알아보았습니다. 물론 기본적으로는 유전적인 요인이 크다고 하고, 스트레스 외에도 여러 가지 원인과 기전들이 있습니다. 기본적인 원리는 머리를 검게해주는 멜라닌 세포 생성이 원활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일 때 흰머리가 생기게 됩니다. 예를 들어 1) 여러 영양분 (B12, 엽산, 칼슘, 철분, 아연 등) 이 부족한 경우, 2) 체내 염증 정도가 높은 경우, 3) 자가면역질환 및 갑상선기능저하증 등이 해당합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한 개선 및 치료 과정에서 흰머리가 동시에 검게 변하는 케이스 리포트들도 많다고 합니다.
모발 주기가 2~6년인 것을 감안하면 오늘의 작은 행복 추구와 스트레스를 덜 받기 위한 노력들이 미래의 나에게 건강한 모발을 유지시켜주는 밑거름이 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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